인도 정부가 인터넷 차단 상황에서도 작동하는 메쉬 메신저 '비트챗'을 앱스토어에서 삭제했다. 이는 단순한 앱 퇴출을 넘어, 국가의 정보 통제권과 시민의 통신 자유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기술적·법적 분기점을 보여준다.
인터넷이 끊긴 세상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대화할까. 인도 뉴델리의 잔타르 만타르(Jantar Mantar)에서 벌어진 일련의 시위는 이 질문에 대한 실질적인 해답을 제시했다. 중앙 서버를 거치지 않고 블루투스 메쉬 네트워크(Bluetooth mesh networking)를 통해 근거리 기기끼리 암호화된 메시지를 주고받는 '비트챗(Bitchat)'은 인터넷 차단이라는 국가의 물리적 통제망을 우회하는 핵심 도구로 부상했다 [1]. 그러나 2026년 10월, 이 도구는 인도 내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서 자취를 감췄다 [1].
인도 전자정보기술부(MeitY)는 정보기술법(IT Act) 제69A조를 근거로 애플에 비트챗 삭제를 명령했다 [1]. 흥미로운 점은 정부의 논리다. 과거 7월, 정부는 깃허브(GitHub)에 비트챗 관련 저장소 삭제를 요구하며 '법 집행 기관이 통신을 가로채거나 사용자를 추적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1]. 이는 비트챗이 전송하는 특정 콘텐츠의 불법성 때문이 아니라, 애플리케이션이 가진 '기능적 특성' 자체를 위협으로 간주했음을 시사한다 [4].
이번 조치는 인도 정부가 디지털 공간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법적 도구의 정교함을 보여준다. 7월에는 중개자 책임 조항인 제79(3)(b)조를 활용하려 했으나, 이번에는 제69A조를 통해 앱 스토어 차단이라는 더 강력한 수단을 동원했다 [1, 4]. 인터넷 자유 재단(Internet Freedom Foundation)은 이러한 조치가 위헌적이라고 비판한다. 제69A조는 불법 정보의 차단을 목적으로 하지만, 메신저의 작동 방식 자체를 이유로 앱 전체를 삭제하는 것은 비례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4].
더 큰 문제는 절차적 불투명성이다. 인도 대법원은 2020년 '아누라다 바신 대 인도 연합(Anuradha Bhasin v. Union of India)' 판결을 통해 인터넷 차단 조치가 반드시 공개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갖춰야 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2, 4]. 그러나 비트챗 차단 명령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어떤 콘텐츠가 불법인지에 대한 설명조차 생략되었다 [1, 4]. 이는 국가가 '공공 질서 유지'라는 명분 아래 시민의 통신 수단을 선별적으로 무력화하는 '절차적 미니멀리즘'의 전형을 보여준다 [2].
인도 정부의 이러한 행보는 시위 현장에서의 생체 인식 감시와 맞물려 있다 [2]. 잔타르 만타르 주변의 12시간 인터넷 차단과 비트챗 차단은, 시민의 물리적 집결을 막고 디지털 기록을 차단하려는 전략적 시도다 [2, 3]. 비트챗의 인기가 인도 내에서 급증했던 시기가 시위가 격화되던 때와 일치한다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1].
물론 정부 측은 이를 공공 안전을 위한 조치로 정당화한다. 그러나 기술적 관점에서 볼 때, 메쉬 네트워크와 같은 탈중앙화 프로토콜은 중앙 집중식 통제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마지막 보루가 되고 있다 [4]. 비트챗의 삭제가 기존 사용자들에게는 보안 업데이트를 중단시키고, 신규 사용자에게는 접근성을 차단하는 결과를 낳았지만, 이는 오히려 시민들이 국가의 통제 인프라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결국 기술이 국가의 통제력을 넘어서는 순간, 법과 규제는 그 기술의 '기능'을 범죄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국가가 허용하는 네트워크 안에서만 소통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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