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전유물로 여겨지던 세로형 마이크로 드라마가 스마트 TV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Vurt의 사례를 통해 모바일 중심 콘텐츠 소비가 거실이라는 대형 스크린 환경에서 어떻게 새로운 몰입 경험으로 재정의되는지 분석합니다.
최근 스트리밍 업계는 틱톡(TikTok)과 인스타그램(Instagram)으로 대변되는 숏폼 플랫폼을 실존적 위협으로 간주하며, 사용자의 주의력을 붙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세로형 콘텐츠는 철저히 스마트폰이라는 개인화된 모바일 기기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스타트업 '버트(Vurt)'가 애플 TV와 안드로이드 TV 전용 앱을 출시하며, 세로형 마이크로 드라마를 거실의 대형 스크린으로 옮겨오는 실험을 시작했습니다[1]. 이는 모바일 전용 콘텐츠가 대형 화면에서는 소비되기 어렵다는 기존의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보입니다.
버트의 공동 창업자 힐몬 소리(Hilmon Sorey)에 따르면, 이러한 TV 앱 개발은 사용자들의 직접적인 피드백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초기에는 모바일에서 보던 영상을 TV로 캐스팅하는 방식을 취했으나, 대형 화면이 가진 기술적 잠재력을 활용하기 위해 전용 앱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습니다[1]. 이를 통해 사용자는 4K 고화질과 고음질 환경에서 세로형 콘텐츠를 경험하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제작자와 사용자 모두가 큰 화면이 주는 몰입감을 높게 평가했다는 사실입니다. 세로형 영상이 가진 특유의 서사 방식, 즉 짧은 호흡과 절묘한 클리프행어(cliffhanger) 배치는 화면의 크기와 관계없이 시청자를 붙잡아두는 강력한 기제로 작동하고 있습니다[1].
물론 세로형 콘텐츠 시장에는 명확한 한계와 불확실성도 존재합니다. 2020년 퀴비(Quibi)가 17억 5천만 달러의 자금을 투입하고도 모바일 전용 콘텐츠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1년도 채 되지 않아 실패한 사례는 업계의 뼈아픈 교훈입니다[2]. 당시 퀴비는 프리미엄 숏폼 콘텐츠가 유튜브나 틱톡 같은 무료 플랫폼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시장의 냉혹한 평가를 받았습니다[2].
이러한 맥락에서 버트의 전략은 차별화됩니다. 버트는 드라마박스(DramaBox)나 릴쇼트(ReelShort) 등 경쟁 플랫폼이 인공지능(AI) 생성 콘텐츠로 범람하는 것과 달리, 인간 제작자와 배우가 참여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1]. 또한, 복잡한 소액 결제 대신 광고 기반의 '무료 시청(free-to-finish)' 모델을 채택하여 사용자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1].
버트의 성장은 지난 3월 이후 1만 명에서 67만 5천 명으로 급증한 사용자 수에서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1]. 물론, 거실이라는 공간에서 좌우 여백이 남는 세로형 영상을 지속적으로 소비할 만큼 대중의 식성이 변화했는지는 여전히 지켜봐야 할 지점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로형 영상이 단순한 모바일 트렌드를 넘어, 거실이라는 전통적인 TV 시청 환경까지 잠식하며 하나의 독립된 엔터테인먼트 장르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연 세로형 콘텐츠는 TV 화면이라는 거대한 캔버스 위에서 기존의 드라마와 영화를 대체하는 새로운 문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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