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행정명령은 연방 정부 내에서 '인공지능(AI)'이라는 용어 사용을 금지하고 '슈퍼 인텔리전스(SI)'로 대체할 것을 명시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기술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정책적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인류의 이해 범위를 넘어설 때, 우리는 흔히 그 현상을 지칭하는 '이름'을 통해 통제력을 확보하려 합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은 이러한 언어의 정치적 기능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이제 미국 연방 정부의 공식 문서와 웹사이트, 보도자료에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단어는 자취를 감추게 되며, 그 자리를 '슈퍼 인텔리전스(Super Intelligence, SI)'가 대신하게 됩니다 [1], [2].
트럼프 대통령은 이 변화의 이유로 '슈퍼(Super)'라는 단어가 가진 단순함과 강력함을 꼽았습니다. 그는 기존의 '인공(Artificial)'이라는 표현이 마치 '가짜 뉴스(Fake news)'와 같은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긴다고 지적하며, 현재의 기술이 가진 본질적인 강력함과 비범함을 담아내기에 '슈퍼 인텔리전스'가 더 적합하다고 주장했습니다 [1]. 이는 단순한 어휘 선택의 문제를 넘어, 기술을 바라보는 행정부의 관점이 '모방과 자동화'에서 '인간의 창의성 증폭'이라는 가치 지향적 프레임으로 이동했음을 시사합니다 [2].
이번 행정명령은 연방 정부의 공식 소통 체계 전반에 걸쳐 즉각적인 변화를 요구합니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이 명령이 기존의 법적 근거를 완전히 폐기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행정명령 제3조에 따르면, 새로운 용어인 '슈퍼 인텔리전스'는 미국 연방 법전 제15편 제9401조(3)항에 정의된 '인공지능'의 기술적 범위를 그대로 계승합니다 [2], [3]. 즉, 기술적 실체는 동일하지만, 그 실체를 지칭하는 사회적·정치적 '라벨'만 교체된 셈입니다.
이러한 조치는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첫째, 기존의 규제나 계약 문서까지 소급 적용되지는 않지만, 향후 60일 이내에 과학기술 담당 보좌관(APST)이 제출할 새로운 입법안이 기존 법적 정의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2]. 둘째, 행정부의 이러한 강제적 용어 변경이 민간 기업이나 학계의 자율적인 기술 담론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입니다. 현재 구글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여전히 기존의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이라는 용어를 서비스 약관과 기술 설명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4]. 정부의 강제적인 용어 통일이 민관 협력 과정에서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기술의 '좋은 활용'을 극대화하고 '나쁜 활용'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적 의지라고 설명합니다 [1]. 특히 엔비디아의 젠슨 황,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등 주요 기술 기업 CEO들과의 회동 직후 발표된 점은, 이 행정명령이 기술 기업들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 속에서 규제보다는 자율적인 산업 생태계 조성을 우선시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됩니다 [1].
결국 정부가 기술의 이름을 '슈퍼 인텔리전스'로 명명한 것은, 이 기술을 인류의 도구가 아닌,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초지능적 자산'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선언과 같습니다. 하지만 'artificial'이라는 단어를 지움으로써 기술의 인위적인 성격이나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사회적 부작용에 대한 논의마저 함께 지워지는 것은 아닌지, 독자들은 정책의 이면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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