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콤이 발표한 'REX' 프로젝트는 단순히 AI를 도입하는 것을 넘어, 게임 엔진의 구조를 AI가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재편하여 개발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다. 이는 AI 생성 자산을 배제하면서도 개발 생산성을 높이려는 업계의 새로운 균형점을 제시한다.
최근 게임 업계에서 인공지능(AI)은 창작의 주체인가, 아니면 도구인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카프콤(Capcom)은 자사의 핵심 엔진인 'RE 엔진'을 차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REX(RE Engine for the Next Generation)'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독자적인 노선을 제시했다[1][3]. 지난 10월 2일 열린 '카프콤 오픈 컨퍼런스 RE: 2026'에서 프로그래머 이시다 사토시는 단순히 기능을 추가하는 것을 넘어, 엔진 전체를 'AI 세대'에 최적화된 형태로 재설계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3][5].
카프콤이 직면한 문제는 명확했다. 게임의 규모가 비대해지면서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 시간이 길어졌고, 2,000명이 넘는 다국적 개발자들이 협업하는 환경에서 엔진의 사용 편의성과 확장성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5].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된 REX 프로젝트는 데이터 처리 방식인 'RE:Dox', 개발 툴의 경량화를 꾀하는 'RE:UI', 로그 및 통신을 통합한 'RE:Log' 등 다각적인 개선을 포함한다[5].
카프콤의 전략에서 주목할 점은 AI를 활용하는 방식의 명확한 경계 설정이다. 회사는 기존에 밝힌 바와 같이 게임 내에 AI가 생성한 에셋(그래픽, 사운드 등)을 직접 구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2][3]. 대신, AI를 개발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는 '보조 기술'로 활용하는 데 집중한다[2][4].
이러한 접근은 과거 구글 클라우드를 활용해 구축한 '아이디어 생성' 시스템과 맥을 같이 한다[2]. 방대한 게임 세계관을 구축하기 위해 수십만 건의 아이디어를 생성하고 평가해야 하는 노동 집약적 업무를 AI로 보조함으로써, 인간 개발자가 더 창의적인 영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2]. 즉, 'AI가 게임을 대신 만드는 것'이 아니라 'AI가 개발자의 업무 흐름(Workflow)을 최적화하는 것'이 핵심이다[1][4].
REX 프로젝트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엔진의 언어적 통일이다. 카프콤은 엔진 전체를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인 프로그래밍 언어 규칙으로 통합했다[3][5]. 이는 단순히 인간 개발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AI가 엔진의 코드를 이해하고 분석하기 쉽게 만드는 토대가 된다[3][5].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향후 AI가 자동으로 코드를 생성하거나, 자동화된 테스트를 통해 버그를 검출하는 등 'AI와 함께 게임을 만드는 미래'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다[3][5]. 일부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하여 AI 학습에 기여하겠다는 전략 또한, 업계 표준을 선점하고 기술 생태계를 주도하려는 카프콤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3][5].
물론 이러한 변화가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AI 기술의 도입이 가져올 잠재적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4]. 특히 최근 엔비디아의 DLSS 5 기술 시연 당시, 일부 팬들이 보여준 '영혼 없는 결과물'에 대한 비판은 기술적 효율성이 예술적 가치와 충돌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2][4].
카프콤은 현재까지는 워크플로우 효율화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AI와 함께 게임을 만든다'는 목표가 향후 더 넓은 범위의 AI 개입으로 확장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1][4]. 인간의 손길이 닿은 '핸드메이드' 감성이 카프콤 게임의 핵심 경쟁력인 만큼, 기술적 효율성과 창의적 고유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지가 향후 이들의 기술적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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