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문주의자와 유니테리언 유니버설리스트가 직장 내 AI 사용에 대해 종교적 면제를 성공적으로 확보했다. 이는 미국 Title VII 법률에 근거한 것으로, 기술 도입이 강제되는 시대에 '신념'이 어떻게 새로운 노동권의 쟁점이 되고 있는지 분석한다.
최근 켄터키 대학교의 행정 관리자 데이비드 더먼(David Durman)이 직장 내 AI 사용에 대한 종교적 면제를 확보했다는 소식은 기술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특정 신을 믿는 유신론자가 아니라, 인간의 경험과 이성을 중시하는 인문주의자(Humanist)라는 사실이다. 더먼은 AI의 무분별한 사용이 인간의 비판적 사고 능력을 저해하고, 창의성을 침해하며, 환경적으로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가치관이 AI를 사용하는 행위와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보았다[1, 2].
더먼의 사례는 유니테리언 유니버설리스트(Unitarian Universalist)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에린 마우스(Erin Maus)가 앞서 확보한 면제 사례에서 영감을 받았다[1, 3]. 이들의 공통점은 미국 민권법 제7편(Title VII)을 근거로 삼았다는 점이다. 해당 법은 고용주가 직원의 '진실하게 유지되는 종교적 신념'에 대해 합리적인 편의를 제공할 것을 요구한다[3]. 여기서 중요한 법적 맥락은 '종교'의 정의가 반드시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법원은 포괄적인 비신론적 신념 체계 또한 전통적인 종교와 동등한 수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2].
물론 이러한 면제 조치가 모든 직장인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켄터키 대학교 측은 더먼의 업무가 AI 없이도 충분히 수행 가능했기에 면제를 승인했다고 밝혔다[1]. 즉, 고용주는 해당 직원의 업무 본질을 검토하여 '과도한 부담(undue burden)'이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만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2]. 만약 AI 사용이 직무의 핵심 필수 요건인 경우,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한 거부가 법적으로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향후 판례를 통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1, 3].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코로나19 당시의 백신 면제 소송과 유사한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한다[3]. 기업 입장에서는 AI 도입이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필수 전략인 상황에서, 직원들의 개별적인 신념에 따른 거부권 행사가 늘어날 경우 인사 관리의 복잡성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교황 레오 14세가 AI를 '지배의 도구'로 경계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한 발언은 이러한 기술적 회의론에 종교적·철학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1, 4].
결국 이 현상은 단순히 AI를 '쓰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넘어선다. 더먼과 마우스가 제기하는 핵심 질문은 '기술이 인간의 도덕적 행위 주체성을 대체해도 되는가'이다[1, 2]. 인문주의적 관점에서 인간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 책임질 때 비로소 가치를 가진다. AI가 대신 작성한 코드나 문서는 그 책임의 소재를 모호하게 만든다. 기술이 우리 삶의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는 시대,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포기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AI 면제권 논란은 기술의 발전 속도만큼이나, 그 기술을 다루는 인간의 철학적 성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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