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랩(Radiolab)의 창시자 자드 아붐라드가 기술과 도구를 대하는 철학을 통해, 복잡한 디지털 환경 속에서 창의성을 유지하는 법과 아날로그적 감각의 중요성을 조명한다.
팟캐스트라는 매체가 오늘날과 같은 위상을 갖기 전, 라디오랩(Radiolab)은 사운드 디자인과 서사 구조의 혁신을 통해 오디오 스토리텔링의 문법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1]. 자드 아붐라드(Jad Abumrad)는 그 중심에서 음악적 감각과 영화적인 사운드 효과를 결합해 청취자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몰입감을 선사했다[1]. 2022년 라디오랩을 떠난 이후에도 그는 Dolly Parton’s America와 같은 피바디상 수상작을 제작하며 여전히 창작의 최전선에 머물러 있다[1]. 하지만 그가 일상에서 도구를 선택하고 사용하는 방식을 들여다보면, 화려한 기술적 성취 뒤에 숨겨진 의외로 소박하고 아날로그적인 취향이 드러난다.
아붐라드는 스스로를 '오디오 플러그인 중독자'라고 부를 만큼 디지털 도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1]. 그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애용하는 입자 합성(Granular Synthesis) 앱인 Granite는 기술의 최신성보다 '음악성'이 도구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그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1]. 반면, 그는 스마트폰의 과도한 알림과 복잡한 기능에 대해서는 명확한 피로감을 드러낸다[1]. 그는 스마트폰을 '단 몇 분만 똑똑하면 되는 기기'로 정의하며, 오히려 모든 알림을 제거하고 싶다는 갈망을 내비친다[1]. 이는 오늘날 사용자가 서비스 제공자의 정책에 따라 끊임없이 데이터와 주의력을 제공해야 하는 환경과는 대조적인 태도다[2][5].
그의 작업 방식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최신 AI 트렌드와는 다른 길을 걷는다. 일례로 그는 애플의 기본 검색 도구인 스포트라이트(Spotlight) 대신, AI 기능이 배제된 알프레드(Alfred)를 선호한다[1]. 이는 기술이 사용자의 의도를 앞서나가는 자동화보다는, 사용자가 도구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을 중시하기 때문이다[1]. 그가 언급한 '버터플라이 나이프'나 '여행용 베개'에 대한 애착은, 디지털 세상의 무형적인 데이터 흐름 속에서 손끝에 닿는 물리적인 감각과 만족감을 찾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1].
물론 아붐라드의 이러한 태도가 모든 창작자에게 보편적인 해답이 될 수는 없다. 기술 기업들은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보안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알고리즘과 기능을 도입하고 있으며, 이는 때로 사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2][5]. 아붐라드 역시 트위터(현 X)의 로그인 방식 변화로 인해 계정에 접근하지 못하게 된 후 사용을 중단한 사례처럼, 플랫폼의 정책 변화에 휘둘리는 개인의 한계를 경험하기도 했다[1]. 결국 그가 말하는 '검색을 이끄는 것(leading the search)'은 정해진 알고리즘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도구의 쓰임새를 정의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창의적 영역을 확보해 나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1]. 기술이 우리 삶의 더 많은 부분을 잠식해 들어오는 시대, 우리는 과연 어떤 도구를 남기고 어떤 알림을 꺼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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